[글마당] 거기서 멈추지 마라
허기진 빵 한 조각과 눈물의 빵 한 조각 땀방울은 그것의 전부가 아니다 아스팔트 길옆 높은 빌딩 한 모퉁이에 주어진 빵도 버려진 쓰레기도 뒤섞여 거기에 있다 무더기 속에 눈 꽂힌 욕구의 갈망이 쓰레기 헤집다 놀라 날갯죽지 치켜 올린다 꽁지 끝 솜털까지 바람에 빼앗기며 쪼아대는 불안한 눈 이 소리에 놀라고 저 소리에 자리를 피한다 또 한 번 퍼드덕 불안을 헤쳐 짧은 비상이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는 불편한 불볕 속 무딘 그림자까지 짧아지는 정오의 하루가 파랗게 빨갛게 불이 붙는다 맥박이 빠르게 뛴다 그런 날갯죽지가 아직 너에겐 있어 던져준 빵 한 조각과 눈물의 빵 한 조각에 너를 주지 마라 흔들리지 말고 가라 날아서 오르는 순간 그때 까지만 불안이다 불안은 두려움이 아니고 생존의 가치이다 몹시 목이 말라도 거기서 멈추진 마라 손정아 / 시인·롱아일랜드글마당 아스팔트 길옆